제주 4.3의 현장에서 올리는 아름다운 제의
[우리문화신문=김영조 기자] “보자기에 (등을 담아) 수백 번 묶고, 풀 때마다 그들에게 이 빛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빌었다. 서글프고 아름다운 사진 속 풍경이 또한 보는 사람들을 위무하기를 바랐다.” 성산 일출봉, 섯알오름, 다랑쉬오름, 함덕해수욕장, 정방폭포.... 사진가 고현주는 등과 바구니와 색색의 보자기들을 들고, 제주의 여러 장소를 하나씩 찾아갔다. 모두가 4.3 당시 학살이 자행되었던, 70여 년 전 그날의 ‘현장’이었다. 그리고는 현장을 목격했을 늙은 폭낭(팽나무 사투리)의 가지에 등이 담긴 보자기를 매달았다. 오름의 능선에, 해안가 돌들 사이에, 물 위에, 그 장소에서 죽임을 당한 희생자의 수만큼 보자기로 싼 등불을 놓았다.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마음이 같은 여러 지인이 그녀를 도왔다. 이번 전시 <기억의 목소리 III>은 그때의 아름다운 제의의 기록이다. 풍경 위에 제구(祭具)처럼 점점이 등불들이 놓이자, 70여 년 전 현장의 기억이 환하게 되살아난다.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중첩되면서, 소리 없이 묻혀 있던 ‘기억의 목소리’들이 소리를 낸다. 2014년 제주의 거대한 자연 앞에 홀로 선 인간의 모습을 담은 <중산간